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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은 인류가 그림을 처음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가장 많이 사용해 온 중요한 색입니다. 이 컬러는 지지대의 밑칠을 할 때, 제일 먼저 사용하며 바탕칠을 할 때도 활용하는 중요한 컬러입니다. 물감 혼색 시에도 흰색은 다채로운 파스텔 색을 만들어 내는 기본 컬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젯소의 원료인 탄산칼슘, 석고도 흰색 안료 중 하나입니다. 이 흰색 안에세도 어떤 원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순백의 흰색부터 은은한 은색빛, 투명하고 맑은 흰빛, 하얗게 뿌연 느낌 등을 추가적으로 줄 수 있습니다. 또, 안료를 어떻게 혼색하느냐에 따라 각 안료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살려 원하는 표현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흰색 안료 각각의 사용 역사와 그에 얽힌 특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버화이트
연백이라고 불리는 은색빛을 띠는 반광의 흰색입니다. 반투명성을 띠고 화면에 은은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기원전 4세기경부터 현대의 흰색 안료가 개발되기 전까지 사용되었던 안료입니다. 발색이 우수하고 건조 시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며 내구성이 뛰어나 쉽게 갈라지지 않습니다. 또한, 혼색을 했을 때도 색이 맑고 투명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납 성분이 섞여 있어 바니시 처리를 하지 않으면 햇빛에 의해 흑변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안료를 다룰 때, 호흡기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옛날 화가들은 작품 제작을 위해 직접 물감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실버화이트에 계속 노출된 이들은 납 중독 증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프란시스코 고야는 여러 화가들 중에서도 납 중독 가능성이 있는 화가로 추측되고 있으며, 그의 대다수 작품에 실버화이트가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에서 실버화이트는 뿌옇고 환상적인 화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고야 외의 다른 화가들, 루벤스, 르누아르 등의 많은 작가들이 납에 의해 고통을 겪은 것으로 추측되며 납 중독 시 대뇌 손상에 따라 마비, 경련 및 정신 장애도 올 수 있다고 합니다.
티타늄화이트와 파운데이션화이트
티타늄화이트는 산화티탄과 유산발륨의 결합체로서 20세기 초 제작법이 완성되어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는 안료입니다. 앞서 이야기 한 실버화이트보다는 좀 더 밝은 흰색을 띠는데 약간 뿌연 느낌을 줄 수 있으며 햇빛에 의해서도 색이 잘 변색되지 않는 내광성을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합니다. 티타늄화이트는 소량만으로도 발색이 우수하여 넓은 면이나 바탕, 하이라이트를 표현하기에 좋은 안료입니다. 또한, 박리가 일어나지 않고 내구성이 좋아 다른 흰색 물감과 혼용해도 좋은 효과를 냅니다. 이것은 밀폐력이 좋다라고도 표현됩니다. 다만, 앞에서 이야기 한 대로 소량만으로라도 강한 흰색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물감과 혼합할 경우에는 조금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파운데이션화이트의 경우에도 내구성과 발색이 좋아 바탕칠용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피복력(다른 물질에 잘 발라지거나 퍼지는 힘)이 좋아서 밑칠을 할 때 유리합니다. 단, 해당 안료를 단독으로 두껍게 칠할 경우, 황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서 고대의 화가들은 밑칠을 할 때 다른 물감과 혼색하여 사용했습니다.
징크화이트
아연화라고도 하며, 실버화이트와 티타늄화이트에 비해 발색이 좀 더 맑고 투명한 느낌을 주는 안료입니다. 다른 안료와 혼색을 할 경우, 맑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표현됩니다. 단, 앞에서 이야기 한 티타늄화이트에 비해 밀폐력과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두껍게 사용할 경우 쉽게 갈라지며, 밑칠의 색이 강할 경우엔 그 색채가 비쳐 드러납니다. 그래서, 혼색 시 티타늄화이트와 섞어서 사용하게 되면 밀폐력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면서 맑고 투명한 느낌까지 더 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티타늄화이트가 약간 뿌연 느낌을 준다면, 징크화이트는 혼색 시에 선명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안료입니다.
퍼머넌트화이트
티타늄화이트와 징크화이트의 중간 정도의 발색력을 갖춘 안료입니다. 퍼머넌트계 안료에 속하며, 퍼머넌트계 안료의 화학적 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나고 발색이 무난합니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료로서 각 색채별로 이 계열의 안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보편적으로 다양한 표현을 하기에 적합한 안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화가들은 실버화이트 안료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을까?
렘브란트 (Rembrandt van Rijn, 1606-1669)
렘브란트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 화가로, 초상화와 종교화, 역사화에서 탁월한 명암 표현으로 유명합니다. 렘브란트는 실버화이트 안료를 통해 그의 인물화에서 독특한 밝은 부분과 강렬한 명암 대비를 구현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에서는 실버화이트가 피부와 빛의 질감을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빈센트 반 고흐는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터치가 돋보이는 작품을 남겼습니다. 고흐는 밝고 강렬한 색을 유지하기 위해 실버화이트를 즐겨 사용했는데, 특히 하늘이나 빛을 받은 건축물 표현에 자주 쓰였습니다.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Goya, 1746-1828)
스페인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 역시 실버화이트 안료를 많이 사용한 화가 중 한 명입니다. 고야는 특히 인물의 피부와 조명 효과를 강조하는 데 실버화이트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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