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10. 27.

    by. 미술사

    인류는 오래전부터 좋은 안료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여러가지 화학적 실험을 거듭했으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물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인류의 노력이 있었기에 안료는 '마법의 가루' 라고도 불립니다. 산업혁명 이후, 좀 더 쉽게 인공 안료를 대량 생산하게 되면서 화가들이 좀 더 저렴하고 쉽게 물감을 사용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안료의 정의와 안료와 염료의 차이, 그리고 천연 안료와 인공 안료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안료의 정의

    색을 나타내는 가루로, 물감의 중요한 재료 중 하나입니다. 안료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존재해왔는데, 초기 인류는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흑이나 돌, 열매 가루 등이 최초의 안료였고, 이 안료를 동물의 지방 및 나무 수액과 섞어 물감을 만들어서 사용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 안료들이 물감의 품질과 발색을 좌우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화가들은 더 좋은 안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물감은 안료와 전색제를 섞은 것으로 보면 되며, 발색이라하면 안료라는 가루가 전색제에 희석되거나 용해되지 않은 상태로 그 접착력에 의해 화면에 고정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안료 고유의 특징은 화면에 여전히 남게 됩니다.

     

    안료와 염료의 차이 

    안료와 염료의 차이를 구분해야 회화에 적합한 안정적인 물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먼저 안료는 위에서 설명한대로 물이나 기름에 녹지 않고 입자 그대로 존재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반면에 염료는 물에 쉽게 용해되어 천에 흡수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용성 입자이기 때문에 중간 역할을 하는 전색제가 필요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안료에 비해 입자가 매우 작은 염료를 전색제와 섞으면 화면에 고정되기도 전에 이미 화면에 스며들어 바탕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물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염료가 아닌, 안료를 신경써서 구입해야 하며, 해외대행 업체나 대형 화방에서 검증된 안료를 구입해야 합니다. 이런 곳에서 파는 안료는 내광성과 내구성을 검증하고 파는 재료이고, 화공약품 판매처에서 구입할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한복 재료를 파는 곳에서는 한국화 분채용 안료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안료는 그림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료이기에, 까다롭더라도 회화용 안료를 찾아 구입하는 것이 좋으며, 스스로 물감을 만들 경우, 회화 전용 시판 안료 및 시판 전색제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각 물감에 맞는 전색제의 레시피를 따르는게 유용합니다. 안정된 레시피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황변, 박리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내구성이 검증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료의 사용과 개발

    안료는 전색제에 의해서 물감으로 만들어지고, 전색제에 의해 희석액 또한 각기 다르게 정해지는데, 템페라, 수채화, 과슈는 물에 희석하고, 유화는 테레빈이나 페트롤을 사용하여 희석합니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화가들은 새로운 안료를 발굴하기 바빴고, 고대 화가들의 경우 안료를 직접 제조하였습니다. 자연적인 안료들은 제조 방법이 단순했지만, 화학적 공정을 거치는 안료들은 오랜 시간 연구 끝에 개발되었습니다. 자연 원석을 정제하고 분석한 후, 전색제를 섞어 물감을 만들었고 보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상을 발현하기 위해 추가적인 화학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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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안료와 인공 안료

    자연 안료는 자연에서 얻은 모든 안료를 뜻하며, 암석이나 원석 등을 씻어내고 빻아 사용하였습니다. 또, 나뭇가지를 태워서 검정색을 내는 숯 안료를 만들거나 노란빛을 띠는 흙을 안료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흙의 경우, 노란색 외에도 붉은 빛을 띠는 적토, 짙은 흑갈색 등 다양한 색을 띱니다. 이것은 흙 특유의 지질학적인 변화와 자연환경 때문인데, 예를 들어 보클뤼즈 (Vaucluse) 루시용 (Rsoussillon) 황토는 부드럽고 밝은 색을 띠어 물감의 초벌칠이나 바탕색을 칠하는데 적합합니다. 또, 오텐스하임의 흙은 다채로운 갈색의 색을 띠어 물감의 안료로 사용하기 적합했습니다. 더 짙은 색을 띠기 위해서는 황토를 불에 굽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블랙 색상의 경우, 동물의 뼈를 태운 본블랙, 포도나무 줄기를 태운 파인블랙이 자연 안료에 해당하고, 벽돌빛은 로우시에나라는 황토빛 색을 띠는 물질을 태워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푸른색을 위해서는 아주라이트, 스마르트 같은 원석을 분쇄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인공 안료의 역사 역시 오래 되었는데, 4세기 초에 중국에서는 황화수은과 유황을 혼합하는 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주' 라는 이름의 붉은색 안료를 만들었습니다. 이 안료는 유럽에서는 버밀리온이라고 불렸습니다. 페르시아같은 먼 지역까지 원석을 구해야만 제작할 수 있었던 자연 안료는 점차 인공 안료로 대체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울트라마린입니다. 이 인공 안료는 고가의 자연 원료인 라피스라줄리를 대체하여 사용되었습니다. 이 후, 산업혁명을 통해 카드뭄계 안료를 개발하면서 노란색과 붉은색을 띠는 다양한 인공 안료를 개발하였고, 크롬 계통의 안료도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종종 일부 인공 안료의 경우 여러가지 화합물이 같이 혼합되면서 고유의 자연 안료보다 내구성과 발색력이 약한 경우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물감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개발의 이의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인공 안료의 이름은 실제로 그 원재료를 반영할까?

    라피스라줄리를 대체한 인공 안료 울트라마린의 경우, 울트라와 마린의 합성어로 고대에 비싼 라피스라줄리 원석을 구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 페르시아 지역에서 어렵게 구해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명칭입니다. 천연의 녹색 흙을 뜻하는 테르베르트의 경우, 실제로 테르브르트의 흙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녹색 물감의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프러시안블루는 정확한 사유는 확인할 수 없지만, 간혹 파리블루 혹은 베를린 블루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물감의 이름은 지명이나 유입해온 단어 흔적의 잔재이며, 실재로 원재료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그냥 사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물감명을 바꾸지 않는 사유는 그 색상이 담고 있는 많은 사연을 포함하기 위함이며, 어찌보면 그것을 안료를 제작한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